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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안경다리가 부러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정확히는 안경다리와 안경을 연결하는 고리가 부러진 것이지요. 원래 잘 부러지는 곳인 데다가 이미 한 번 거금을 들여 수리한 곳이라서 짜증이 확 올라왔습니다. 그래서 다시 수리해봐야 다시 부러질 것이 뻔한 것이라 차라리 포기하고 새로 안경을 맞춰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안경을 사용하시는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특히나 독일에서 안경을 새로 맞추는 일고난의 연속입니다. 한국처럼 그 자리에서 안경이 뚝딱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고, 일주일 이상을 기다려야 합니다. 아마도 독일 유학생 사이트에서 "독일안경"이라고 검색하면, 울화통 터지는 스토리가 즐비할 겁니다. ^^

일단은 급한 대로 안경을 쓰고 다녀야 하기에 납땜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참고로 납땜으로는 안경다리를 고칠 수는 없습니다. 일주일 정도만 버텨보려던 겁니다.

그런데, 서투른 납땜질 중에 그만, 손을 인두에 지지는 대형사고까지...

대역죄인도 아닌데... ㅠㅠ

지금은 많이 나아서 저 정도인데, 처음에는 정말 큰일 나는 줄 알았습니다. 큼지막한 물집이 이제서야 겨우 나아가는 중입니다. 그동안 안경은 어쩔 수 없이 테이프로 칭칭 감아서 다녔지요. 영화에 나오는 안경 쓴 대한독립군처럼 말이지요.

그러다가 오늘 시간이 나서 안경을 새로 맞추려고 동네 근처에 있는 안경집을 찾아갔습니다. 안경 도수를 수정하고 나면, 다시 적응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력을 새로 측정하는 것보다는 안경 도수를 그대로 해서 사용하고 싶다고 했지요.

그랬더니 알았다고 하시고는 안경을 가지고 들어가셨습니다. 보통은 이런 경우에는 기존에 사용하는 안경 도수를 측정기에 넣고, 도수를 측정한 다음, 제가 고른 안경테와 같은 도수의 새로운 렌즈를 이용하여 안경을 새로 맞춥니다.

그런데...

안경을 그대로 가지고 나오시고는 써 보라고 하시네요. 자세히 보니 안경다리만 새로 교체해 주셨던 겁니다.

속으로는

'아하! 저런 방법이 있었네'

라고 생각하면서도 안경 전체를 바꾸지 않아도 되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스치면서도, 동시에

'적어도 100유로는 받으시겠네'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습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는 얼마를 지불하면 되겠냐고 물어봤는데,

'그냥 선물이에요'

라고 하시네요. 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 그럴 리가... 쭈뼛쭈뼛 계산대로 걸어가니, 환하게 웃으시면서 잘 가라는 인사를 하시네요.

우와.. 감동...

가게를 걸어 나오는데, 순간 울컥 눈물이 나올 뻔했습니다. 자신의 시간을 들여서 무언가를 해 주면서 선물이라고 하는 건 독일에서는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낯선 이방인인 저에게...

어쩌면 가게 주인께서는 다음에 또 이곳에 들러 주기를 기대했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는 당연히 다음에 그 가게에서 안경을 맞출 겁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렇게 흔쾌히 "선물"을 줄 수 있다는 것은 여전히 저에게는 큰 감동입니다.

큰 선물이 아니더라도 타인에게 베푼 작의 호의가 저에게 이렇게 글을 쓰게 할 만큼 크게 다가왔다는 것은 가게 주인께서도 모르실 겁니다.

덕분에 저도 주변에 호의를 베풀 일이 생긴다면 기꺼이 그렇게 할 겁니다. 이렇게 작은 일이 모이면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따뜻하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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