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베를린생활

겨울, 생각이 늘어나는 계절

독일의피터펜 2017.11.23 08:30

독일에서 네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독일의피터펜입니다.

이런저런 새로운 일을 하는 동안 블로그에 좀 소홀했습니다. 다시 겨울이 되고, 밤이 길어지면서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만큼 머릿속은 좀 복잡해지고, 그래서 다시 블로그에 글을 남기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덜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첫 번째 겨울은 뭐가 뭔지도 모르게 지나갔었습니다. 끔찍하게 추웠고, 모든 게 두려우면서도 새로운 것에 대해 기대감이 충만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냥 한국을 꼭 떠나야만 한다는 일종의 강박관념에서 시작한 여행이었지요. 이러저러한 사연으로 우연히, 운명처럼 베를린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직도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외식을 했던 음식을 잊지 못합니다. 베를린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베트남 쌀국수... 별다른 정보 없이 무작정 출발했던 한국이기에 한식을 만날 거라는 기대는 하지도 않았고, 다만 집 근처에 베트남 쌀국수집이 있다는 것을 구글맵에서 확인하고 한국을 출발했습니다.

몹시도 마음이 춥던 어느 날, 뜨끈한 쌀국수 한 그릇에 마음이 스르르 녹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두 번째 겨울은 먼저 겪었던 겨울의 혹독한 경험 때문에 몸서리치도록 싫었습니다. 초겨울부터 우울감이 밀려오기 시작했고, 저는 결국 지독한 겨울을 지내야만 했습니다. 몸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다가, 햇살이 들기만 하면, 봄인가 보다 하며, 밖으로 뛰쳐나갔다가, 쌀쌀한 날씨에 실망하고 돌아오길 반복했습니다.


세 번째 겨울은 그 전 겨울과는 정반대로 기대감이 넘치는 겨울이었습니다. 두 번의 겨울을 나면서 겨울을 지내는 법을 알았던 탓일까요?

여름에 국회의사당 사진을 찍다가 문득, 건물 뒤에 새파란 하늘이 배경인 것이 뭔가 어색했습니다. 오히려 두꺼운 회색 구름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소스라치게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혹독한 겨울 추위를 깜빡했나 봅니다.


뭐 어쨌든 그랬던 탓인지는 몰라도 세 번째 겨울부터는 그럭저럭 지낼 만.. 아니 그보다 나름 좋은 겨울을 보냈습니다.

특히나 그동안 평생을 살면서 미루어왔던 여러 가지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독일에 유명한 철학자가 많은 이유를 알 것도 같았습니다.


이제 네 번째 겨울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글쎄요... 이제는 설렘도, 걱정도 없고, 그냥 또 겨울이 오나 보다... 그러고 있습니다.

서머타임이 끝나면서 오후 4시면 해가 지고, 주변이 캄캄해집니다. 그리고 하루종일 구름이 두껍게 깔리고, 중간중간 비도 내립니다. 말 그대로 겨울 우기에 접어든 것이지요.

그래도 사람 마음이 어느덧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고, 또 새해 불꽃놀이를 기다리게 되네요.


너무 빨리 적응했나요?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서 일상은 늘 일상이네요. ^^

댓글
글 보관함
Total
1,525,358
Today
452
Yesterday
528
Total
1,525,358
Today
452
Yesterday
5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