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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이름이 바뀌어 서울 스퀘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건물은, 예전에는 대우빌딩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역 앞을 가로막는 큰 빌딩이었습니다.

지방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하고는 서울로 올라오는 많은 학생이 제일 처음 보는 서울의 건물이 바로 대우빌딩이었습니다. 예전에는 "응답하라 1994"에도 나왔고, 최근 드라마에서는 일명 "장그래 빌딩"으로도 알려진 그 건물입니다.

부푼 꿈을 안고, 서울로 온 저에게 서울역을 나오면서 가장 먼저 마주친 어마어마한 크기의 빌딩. 그 빌딩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과연 저 큰 빌딩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누굴까?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잊고 있다가도 고향을 다녀오는 길에 서울역을 나서면 항상 그 질문이 다시 떠오르곤 했습니다. 저 건물은 어떤 사람들이 일할까?...

ㅎㅎㅎ

제가 일했습니다.

한국을 떠나오기 한 2년 전쯤인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을 기회가 있었는데, 마침 근무지가 서울 스퀘어. 저는 그 프로젝트가 힘들다는 것을 전해 들었으면서도 흔쾌히 내가 가겠노라 말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TV에서 드라마나 뉴스로만 봤던 그 곳에서 일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저에게는 작은 꿈을 이루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곳에서 했던 일이 그리 유쾌한 프로젝트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냥그냥 버틸만 했던 것은 저의 작은 꿈을 이루었다는 기쁨 때문이었습니다. 그러고는 그곳에서 약 1년간 일을 마치고 나오면서, 뭐야? 별거 아니잖아? 하면서 속으로 뿌듯했었습니다.

지금 베를린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베를린 시내를 가로지르는 운터 덴 린덴(Unter den Linden) 거리 바로 뒤편에 고즈넉하게 자리 잡은 건물이 있습니다. 건물 이름 자체가 궁전(Palaist)이라고 불리는 이 건물은 예전에는 프로이센 재정부 건물로 쓰이던 건물이지요.

근처에 있는 베를린 역사박물관을 들락거리면서 늘 궁금했습니다. 궁전이라고 불리는 건물에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는 것을 보고, 이렇게 고풍스러운 건물에서도 사람이 일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관청으로 쓰이는 건물인가?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일하는 걸까...

ㅎㅎㅎ

제가 일하고 있습니다.

비록 두 달간의 인턴 활동에 불과하지만, 이번에도 더 좋은 조건이 있었음에도, 또 이곳을 선택했습니다. 일자리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건물을 선택한 것이지요.

제가 베를린에 이렇게 오래 머물게 될지도 몰랐고, 더욱이나 이렇게 멋진 건물에서 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사람의 일은 정말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 맞나 봅니다.

사실 요즘에 심리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조금 벅찹니다. 제가 가진 깜냥을 이미 벗어난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래도 그나마 제가 늘 궁금했던 곳에서 일하고 있다는 것으로 위안으로 삼으며, 또 앞으로 달려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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