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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생활

바쁘다 바뻐

독일의피터펜 2017.08.07 07:38

시즌 3의 문은 열었는데, 정작 문만 열고 너~~무 바쁘네요. 대문만 열어 놓고는 글을 쓸 시간이 없을 만큼 바쁘게 지내고 있습니다.

방학이 되면 그래도 시간이 좀 날 것 같았는데, 학교 다닐 때보다 더 바쁘게 지내는 듯합니다.

몸이 바빠진 이유는, 일단 운 좋게도 대학교에서 조교로 일하게 되었습니다. 독일어로는 "Studentische Hilfskraft"라고 하는데, 사실은 "Hilfskraft"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고 지원했습니다.^^

저는 정말로 "Hilfskraft"라는 단어 뜻이 말 그대로 학교에서 "뭔가 도와주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지원했는데, 나중에 단어를 찾아보니 대학에서는 "조교"라는 의미의 단어로 사용하는 거네요. ㅎㅎ 어쩐지 면접도 까다롭게 보더라니...

보수가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고정적인 수입이 될 것 같다는 단순한 생각에 지원했는데, 한 교수님이 마음에 들었는지 같이 일을 하자고 하셔서 지금 X고생 하고 있습니다.

말은 거창하게 "조교"라고 하지만, 사실은 온갖 잡다한 일과 고급진(?)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정말 "뭔가 도와주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작게는 교수님 사무실 정리에서 우리 학과의 모든 강의실에 벽시계를 거는 노가다를 하기도 하고, 또 논문을 읽어서 자료를 찾아주는 일, 워드 프레스로 만든 블로그를 정리하는 일까지... 뭐 그냥 닥치는 대로 하고 있습니다. ^^

게다가 교수님은 자꾸만 저랑 영어로 말을 하려고 베를린 투어 가이드는 또 한국어로 진행해야 하니까 덕분에 저는 3개 국어로 일하는 중입니다.

말이 나온 김에 베를린 투어 가이드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써 볼까요?

이 일도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던 일인데, 입소문을 타면서 본의 아니게 베를린에서 나름 유명한 투어 가이드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정말 "어쩌다 보니 가이드"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싶은데요...

처음에는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출발했던 일인데, 하다 보니 투어 가이드라는 일도 제 적성에 잘 맞는 듯합니다. 뭔가를 배우고, 알려주는 일이 보람 있고, 참 재미있는 일이거든요.

베를린이나 독일역사에 대해서 문외한이었던 탓에 여러 가지 정보를 찾고, 배우는 일이 아주 아주 재미있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배운 지식이 대학교 공부에도 유용하게 쓰이고, 반대로 대학교에서 배운 지식이 베를린 투어 가이드의 내용을 풍성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이래저래 시너지 효과가 있어서 오시는 분들께도 좋고, 저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베를린이 유럽에서 핫 플레이스로 떠오르면서 베를린으로 여행 오시는 분이 갑자기 많아졌습니다. 그런데, 베를린에서 제대로 된 투어 가이드를 하시는 분은 다섯 손가락.. 아니 세 손가락에 꼽을 정도밖에 없습니다. (물론 저를 포함해서.. ㅎㅎ)

베를린 투어 가이드가 수요에 비해서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 제가 다 소화할 수 없는 일정은 다른 가이드에게 바통을 넘기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투어 가이드끼리는 어쩌면 경쟁 관계긴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동업자로 생각해야겠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무작정 예약을 많이 받을 수도 없습니다. 제가 그래도 나름 학생 신분이라서 일단은 학교 일이 먼저거든요. 그래서 시간이 나는 데로 최대한 많이 활동하려고 하지만, 오시는 분에 비해서 제 몸이 하나라서... ^^

아마도 8월 하순부터는 베를린 투어 가이드 부족 현상이 더 심각해 질 듯합니다. 저는 인턴으로 박물관 코디네이터로 일하러 가야 하기 때문에 평일에는 일정이 아예 없고, 제가 가끔 가이드를 부탁하는 파트너도 공부가 바빠질 듯하다고 미리 저에게 알려줬거든요.

아쉽게도 안내를 못 해 드리는 경우가 많이 생길 것 같아서 죄송한 마음이 듭니다.

내일은 교수님과 함께 독일 중소기업 두 곳을 방문할 예정인데, 아마도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수집하려고 하시는 듯하네요. 그래서 뭔가 읽어보라고 자료를 잔뜩 주셨는데, 사실 그걸 아직 다 못 읽었는데 이러고 있습니다. ㅠㅠ

글을 너무 오래 쉬지 않으려고, 일단은 근황을 좀 썼구요. 아마도 다음 글도 또 조금 늦어질 듯합니다. 다음 주에도 투어 일정과 조교로서 일하는 일정이 꽉 차 있습니다.

독일에 오면 주말을 가족과 함께 여유롭게 보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는데, 본의 아니게 어쩌다 보니 다시 엄청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주말도 없이 바쁘게 산다고 해서 불만이 있어서 글을 쓰는 건 아닙니다.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독일에 와서 정말 오랜만에 바쁘게 지내는 행복감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바쁘게 산다는 것은 제가 그만큼 아직 쓸모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하는 것 같아서 오히려 기분이 좋기도 합니다.

대신 다음 주말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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