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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는 제목을 쓰고, "12만원 짜리 낚시에 당하다"라는 부제를 붙이고 싶습니다.

구글에서 "에스토니아 디지털 시민권"이라는 검색어를 붙이면, 정말로 많은 검색결과를 얻으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말하면, 이런 기사의 대부분은 이른바 "보도자료"를 번역한 결과물에 불과합니다. 실제로 제대로 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이지요. 아마도 에스토니아 이레지던지(Estonia E-Residency) 프로그램 보도자료를 그대로 번역한 것 같습니다.

에스토니아 디지털 시민권이라는 개념은 한국에서도 기사로 접하긴 했지만, 한국에는 에스토니아 대사관이 없기에 그냥 접어 뒀었는데, 생각해보니 저는 유럽에 살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독일에도 에스토니아 대사관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는데, 마침 베를린에 에스토니아 대사관이...^^

궁금한 건 못 참는 제가 직접 에스토니아 디지털 시민권에 도전했습니다. 신분증을 받기까지 약 두 달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실제로 에스토니아 디지털 신분증을 받는 절차는 쉽지는 않았습니다. 일단, 사진 사이즈가 가장 문제였습니다. 사진이 한국 여권이 아닌 에스토니아 여권의 크기와 동일해야 한다고 하는 경찰의 연락이 왔습니다. 갑자기 에스토니아 경찰의 편지를 받고는 심쿵했던 기억이...

제가 워낙 바쁘게 살아서 사진을 다시 찍을 여유가 없다가 그래도 이왕 시작한 거, 끝을 봐야겠다 싶어서 에스토니아 여권 크기에 맞게 사진을 새로 찍어서 스캔을 보냈습니다.

이러 저러한 절차는 이미 다른 기사를 참고해서 진행했는데, 거의 두 달 정도 기다린 끝에 에스토니아 디지털 시민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이런 일들이 상당히 재미있는 일인데,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벌인 것 치고는 별로 긴 글을 쓰고 싶지는 않습니다. 에스토니아 디지털 시민증이라는 과장 광고에 속은 기분이 들기 때문입니다.

직접 에스토니아 디지털 시민증이라는 것을 받고 보니, 막상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습니다. 원래 계획은 에스토니아에 페이퍼 컴퍼니를 만드는 것까지 시도하려고 했는데, 그 과정에서 주소를 유지하기 위해서 업체에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자본금도 있어야 하기 때문에 진짜로 사업을 할 마음이 없다면, 굳이 거기까지 할 이유는 없을 것 같습니다.

또한, 에스토니아의 법인세율이 세금 회피처로 활용하기에 좋은 수준이 아니므로 그런 용도로 회사를 만들 이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합법적으로 사업을 하기 위한 페이퍼 컴퍼니를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에스토니아 디지털 시민권은 5년의 기한이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에스토니아 디지털 시민권이라는 것은 5년짜리 100유로 공인인증서라고 보시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물론 유럽에서 이런 식으로 공인인증서만 가지고 은행 계좌를 열고, 사업자 등록을 하는 등의 행위는 정말 획기적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유럽의 느린 은행 시스템에 넌더리가 난 저로서도 획기적인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냥 재미로 하기에는 비용부담이 좀 있네요. 실제로 이런 일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블로거도 있었습니다. 

The Estonia E-Residency Program Is Useless. Here Is Why.

진작 봤더라면... ^^ 어쨌든 그래도 나름 EU 회원국인 에스토니아에서 통용되는 공인인증서는 획득했으니, 이걸로 뭘 할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생각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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