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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도 제 자신을 말할 때 "이민"이라는 말을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말이 쉬워 이민이지, 저는 아직 영주권도 시민권도 없는 그냥 체류비자 신세입니다. 물론 이민이라는 것을 어느 정도 염두에 두고는 왔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 노력하겠지만, 아직은 여전히 저 역시 진행형입니다.

그래서 가끔 신문을 보면 화가 납니다. 이제 겨우 취업비자로 오신 분이 "나는 왜 독일로 이민했는가?"라는 식의 기사의 주인공이 되는 걸 보면 말이지요. 물론 저는 취업비자를 받으신 분이 내심 부럽습니다만... ^^

아마도 그런 기사 제목은 당사자보다는 기자가 원했던 제목일 것 같습니다. 정말 완전한 이민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필요한데, 너무 쉽게 "이민"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건 아닌지...

제 블로그에서 독일 이민에 대한 생각을 물어보시는 분이 꽤 많으셨습니다. 솔직히 저는 그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해 드릴 수 없습니다. 제 자신도 아직 독일에 완벽하게 "이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냥 독일에 "살고" 있을 뿐입니다. 어쩌면 잠시가 될 수도, 어쩌면 영원히 살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그냥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왜 하필 독일에 살고 있는가 하는 질문도 떠오를 것 같습니다. 제 대답은

"대한민국이 아니라면, 그 어느 곳이든 상관없었다."


독일에 왜 오게 되었는가보다는 한국을 왜 그토록 떠나고 싶어 했는가에 대한 대답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대답은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제가 살아가려고 온 독일에서도 매년 독일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독일을 떠나는 이유입니다.

연령대별로 차이가 있는데, 아무래도 젊은 층은 새로운 희망과 도전, 기회를 찾아서 떠나고, 중장년층은 독일이 싫어서 떠난다는 것이지요. 저도 늦은 나이에 한국을 떠나 왔으니 아마도??


떠나야 할 이유가 한 두 가지라면, 한국에서 사는 게 생활만족도가 훨씬 높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사회에나 나름의 문제를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지요.

떠나야 할 이유가 부정적인 것만 있다면, 그 역시도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 떠나야 하는 이유가 반드시 부정적이어야 할 필요는 없지요.

긍정적인 이유와 부정적인 이유를 합해서 적어도 10가지가 넘는다면, 그리고 그게 도대체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고려해 보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혹시라도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미래가 불확실해서 해외 이주를 생각하신다면, 절대로 말리고 싶습니다. 사실 나오면 생활이 더 힘들고, 미래는 더 불확실해지거든요.

단순히 자녀 교육 때문에 그런 것이라면, 여기서도 자녀 교육은 힘듭니다. 아이들이 적응이 빠르다는 것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적응하지 못하고 아이들에게 상처만 안겨줄 수도 있습니다.


말도 못 하는 곳에서 바보처럼 살아가는 수모를 겪으면서도 "나는 지금 행복하다"고 말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적어도 미쳤거나, 아니면 정말 행복하거나...

저는 대학 시절부터 늘 해외 유학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현실에 만족하면서 그래도 잘~ 살았습니다. 하지만, 떠나야 할 이유가 하나씩 늘면서부터는 해외에 나가서 살고 싶다는 것은 희망이나 옵션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습니다. 한국이 싫어서 떠나면서도 저는 동시에 제 꿈을 이루기 위해서 떠나왔다는 변명도 가능하지요.

혹시라도 지금 한국을 떠나 살고 싶으신 분이 있으시다면, 무엇이 싫어서 떠나고 싶어 하시는 지 잘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한국에서 피하고 싶은 문제는 독일에서도 다시 만나게 되실 겁니다. 저도 그러고 있습니다. ㅠㅠ 거기에 더해서 한국에서는 아무것도 아닌 것이 타지에서는 엄청나게 힘든 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을 이겨내도 아무것도 나아지는 것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글이 좀 두서없지요...^^ 아마도 지금 제 상태가 딱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누군가에게 조언을 해 드릴 처지가 아닙니다. 그냥 여전히 겁나 힘들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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