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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앞에서 또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근데 무슨 놈의 공사를 이렇게 아침 일찍 시작하는지, 공사장 중장비 소리를 알람으로 해서 잠을 깹니다.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봄의 새소리에 잠을 깼는데, 이제는 아침부터 우~웅, 딱딱딱딱..., 지~징.. 뭐 이런 소리로 잠을 깹니다. 게다가 최근에 갑자기 가로등 불빛이 밝아진 탓인지 밖이 훤해서 깊은 잠을 못 자고 있거든요.

그런데 이분들 퇴근은 또 칼퇴근합니다. 이럴거면 차라리 좀 늦게 시작하면 안 되나? 해가 아직 중천인데... 위도가 높아서 그런지 겨울에는 그렇게도 짧던 해가 서머타임이 지나면서 사정없이 길어져서 오후 8시에도 해가 지네요. 그런데 공사장에는 이미 사람이 없습니다.

사람은 없는 대신 전에는 없던 간이 가로등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모서리는 부딪히지 말라는 뜻인지 이렇게 형광 분홍 라카를 칠해두었구요.

'우와 어지간히 급한 공사인가 보다. 야간작업을 하려고 가로등을 다 세웠네. 독일에서도 야근을 하는구나. 역시 어딜 가도 빡센 곳이 있긴 하네.'

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저녁이 되었는데도 사람은 안 보이네요. 그러면 저 가로등은 도대체 왜 세운 거야? 했더니...

밤새 공사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요즘 밖이 훤해서 잠을 설친 게 이것 때문이었나 봅니다. 저렇게 구덩이를 깊이 파고 공사를 하는 중이라서 혹시라도 지나가는 사람이 다치지는 않을까 싶어서 밤새 공사 현장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던 것이지요. 결국, 야간 공사를 위해서 임시 가로등을 세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처음에는 이해를 못 했는데, 다음에 나오는 사진의 풍경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봄이 되면서 길거리에 일명 '아시바(あしば)'라고 불리는 철골 구조가 많이 보입니다. 주로 외벽 공사에 많이 쓰이는 구조인데, 사람이 저 아래로 지나가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인도가 좁다 보니 아래로 지나갈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사실 기분이 썩 좋진 않습니다. 왠지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는 듯한 굴욕감이... 그런데 항상 머리 위에는 다른 철판으로 지붕을 덮어 둡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사람이 발판을 딛고 작업을 하기 위한 용도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빈틈없이 꽉 막혀 있습니다. 공사판 일을 해 보신 분을 알겠지만, 발판으로만 쓸 거면 저렇게 꽉 막을 필요는 없거든요. 구멍이 숭숭 있어도 별 상관없으니까요. 아마도 발판으로도 사용하겠지만, 위에서 떨어지는 이물질이 막는 용도로도 사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새삼 공사장에서 봤던 "안전제일"이라는 문구의 의미가 정말 안전을 제일로 했던 것인지, 단지 구호에 그친 것은 아닌지... "안전제일"이 아닌 "공기(工期)제일"은 아니었는지 돌아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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